모기를 죽이려면 뺨을 때려라
편향된 시야로 마주 보는 불신의 순간 — 가상의 신체 두 구는 교착하고, 눈 가린 채 대칭을 찾는 현실의 몸들은 레즈비언 심볼의 선언과 변형으로 흐른다. 시각과 촉각의 괴리 속 너무 가까운 접촉, ‘쥬시 모스키토'는 불쾌한 초월의 순간을 VR 헤드기어의 1인칭 시점을 활용한 XR 퍼포먼스를 통해 소환해보길 시도한다.
‘파트너와 대칭을 맞추어 노이즈에 움직이고 사이렌에 멈춘다. 다섯 개의 움직임, 그 중 마지막은 가위치기 변형 자세로 버티거나 휴식하거나 마찰한다.’ 노이즈와 사이렌 간의 교차에서 길게 늘여진 아리아(’Der Hölle Rache kocht in meinem Herzen 지옥의 복수심이 내 마음에 끓어오르고')로 이어지는 사운드 속에서, 퍼포머들은 연출자가 제시하는 규칙을 인지한 채 파트너와 대칭을 이루어 접촉하는 방식에 대한 각자의 해석 혹은 새로운 소규칙을 발견하는 대화와 워크샵을 가진다. 각 쌍의 움직임은 그들의 전공, 관심사, 사적 취향, 정치적 태도 등에서 비늘 하나 정도를 떼어온 듯 만들어진다. 그들은 대련하고, 배신하고, 눈 맞춘다. 서로의 무게를 받치거나 이명을 듣는다. 의자, 침대, 캐노피의 상태를 연구한다. 혹은 보이지 않는 서로를 기다리며 느리게 다가간다.
1대1 관계 혹은 상태에 필요한 윤리에 대한 탐구로서 - 대칭성과 가위치기 변형 동작은 스코어 내에서 교차하는 와중 다즙한 모기의 구부러진 다리와 같은 체위 안에선 삼각형이 발견된다. 두명이서 만드는 삼각형은 바닥면이 빠져 있고, 다섯팀이 만드는 육각형 또한 그렇다. 그것에는 다소 균형을 잃어야 도달하며, 누락한 선분은 무대 주변부에 존재한다. 이를테면 오각 무대는 회전을 암시하며 배우들은 그 무대 밖에서 등대처럼 소리친다. 빌려온 대화는 별일 없이 최악을 향한다. 그들이 랜드 서퍼가 되어 퍼포머들의 공간 주위를 돌고 틈을 파고들며 경계를 구획하기 시작하면, 위협과 수호 사이에서 그들이 바퀴 굴리는 바닥은 수면이 된다. 무대 위 신체와 VR 속 신체가 그러하듯, 무대 안 각각의 역할과 요소마다 속하는 물의 차원은 내부와 외부 그리고 표면으로 서로간 조금씩 떠 있고 서로를 조금은 닮았으며 서로에게 얼마간 유해하다.
꼬부라져 늘어진 이끼는 새카맣게 젖었고 역전된 조명은 그것이 물구나무 선 얼굴에 달린, 혹은 천장으로 솟은 머리채라 한다. 가상 현실의 진공 상태가 사실은 물로 채워져 있는 것이라면, 그러니까 체액을 갖고 있다면? 우리가 서로에게 접속하려는 의지를 갖는 순간, 허공인 줄 알았던 모든 곳에는 액이 흐르고 있었음을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른다. 어떤 약속된 시간에는 신체의 안밖으로 흐르는 그 물기가 끓는다. 복수도 비애도 용서도 아닌, 현실보다 조금 높거나 낮은 레이어들로 교차하는 다중 현실로서 - 오페라는 잠시간 일어난다.
불순한 불임의 물은 핏빛 없이, 미미한 점도를 갖는 명도로만 현상된다. 모기 댄스, 여름이 지나 늦가을까지도, 그들의 너무 많은 사체를 보고 있다보면 어쩐지 춤을 추고 있는 것만 같다. 깜찍하고 끔찍하게도 모기는 살인 동물로 1위다. 그들은 임신하지 않을 때 식물성 즙만을 마신다. 모기를 죽이려거든 뺨을 때려라. 우리, 같은 짐승에게 한결같이 숨과 피가 도는 증거로. Juicy Mosquito는 여성성에 대한, 피해자성에 대한, 불안에 대한, 또 끊이지 않을 대화와 애무에 대한 거짓말을 쫓는다.